📌 작품 정보 요약
- 🎬 감독: 토드 필드
- 🎭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멜랑, 니나 호스
- 📅 개봉: 2022년
- 🏆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 🧾 장르: 드라마, 심리
👩🎼 리디아 타르라는 신화적 인물
《타르》는 가공의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삶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지만, 그 안에는 현대 사회의 권위와 예술, 도덕과 해체에 대한 질문이 촘촘히 녹아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로서, 타르는 유럽 클래식 음악계의 정점에 선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완벽한 외양과 업적 뒤에는 통제, 불안, 오만, 고립이 가득하다.
영화는 그녀의 전성기에서부터 붕괴까지의 시간을 담담하면서도 불편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타르는 신화적 존재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모순을 품고 있다. 그녀는 예술의 절대성을 주장하면서도,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그 대가로 세상으로부터 무너진다.
🧠 권력과 윤리, 예술의 독립성은 가능한가
《타르》는 단순한 예술가의 전기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예술과 윤리의 충돌, 권력과 자유 사이의 긴장 속에서 ‘진짜 예술’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타르는 음악을 신성시하고, 개인의 감정보다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는 전통주의자다. 그러나 그녀의 사생활과 권위적 태도는 점차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투명성과 충돌한다.
영화는 #MeToo 이후의 시대에, 권력을 가진 예술가가 어떻게 도덕적 검증의 대상이 되는지를 날카롭게 묘사한다. 그녀는 제자와 후배들을 조종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지휘자’라는 타이틀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한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이제 예술조차 그 권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는다.
🎭 케이트 블란쳇, 연기 이상의 연기
케이트 블란쳇은 리디아 타르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그 인물 그 자체로 살아냈다. 그녀의 말투, 시선, 몸짓, 피아노 앞에서의 섬세한 손놀림까지—모든 순간이 ‘지휘자 타르’ 그 자체였다. 이 영화가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란쳇은 무너지는 권위자의 모습을 위엄 있게, 그러나 인간적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그녀를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연민을 느끼면서도 경계하게 된다. 이 복합적인 감정은 그녀의 정밀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작품은 케이트 블란쳇의 커리어 중 가장 압도적인 정점 중 하나다.
🎼 연출과 편곡: 구조적 완벽성과 감정의 간극
토드 필드는 극도로 계산된 구성과 편집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음악 연습실, 공연장, 타르의 개인 공간은 모두 사운드와 시각적 질서를 통해 감정의 흐름을 건조하게 전달한다. 이 연출은 타르라는 인물의 ‘이성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시각화하며, 그녀가 느끼는 내면적 공허함을 더욱 극대화한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움직이는 도구로 작동한다. 베토벤, 말러, 바흐 등 거장의 음악이 수시로 등장하며, 타르의 감정과 권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말러 교향곡의 리허설 장면은 권위와 집착, 예술적 해석의 충돌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 타르의 붕괴: 누구의 책임인가
타르는 결국 사회적 윤리 기준을 넘지 못하고 무너진다. 제자에게 가한 영향력,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행한 조작, 감정의 통제를 빙자한 냉혹한 태도—all of these come back to her. 그녀는 해명도 하지 못한 채 세계 무대에서 추락하고, 변방의 문화로 밀려난다.
하지만 영화는 이 붕괴를 단죄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타르의 몰락은 하나의 진화이며,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으로도 읽힌다. 최종 장면에서 그녀가 낮은 무대에서 지휘하는 모습은, 타르가 비로소 진짜 음악을 마주하게 된 순간일 수도 있다.
🌟 총평: 거장도 인간이다, 예술은 여전히 남는다
《타르》는 한 사람의 몰락을 다룬 영화지만, 동시에 그 사람 안에 담긴 예술에 대한 진심을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타르는 불완전하고, 오만하며, 실수도 많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고,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도덕과 예술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는 예술가를 예술과 떼어낼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의 실수를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은 누가 만들며, 누가 소유할 수 있는가?
《타르》는 이 모든 질문을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제시하며, 관객 각자의 해석을 기다린다. 마치 말러의 교향곡처럼, 거대하지만 섬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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