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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 (Titane, 2021) - 육체의 경계를 초월한 존재의 선언 📌 작품 정보 요약🎬 감독: 줄리아 듀쿠르노🎭 출연: 아가트 루셀, 뱅상 랭동📅 개봉: 2021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장르: 바디 호러, 드라마, 스릴러🧬 서사의 전복: 무엇을 믿을 것인가《티탄》은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그 형식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하는 작품이다. 자동차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 플레이트를 삽입한 소녀 '알렉시아'는 성장 후 자동차와의 섹슈얼한 관계를 맺고, 연쇄살인을 저지른 뒤 남장을 하고 사라진다. 그녀는 실종된 소년 '아드리앙'으로 위장한 채, 소방서장 '뱅상'과 함께 기묘한 가족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이 모든 전개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다. 처음에는 바디 호러로 시작해, 중반부터는 페이크 신원극, 그리고 후반에는 가족 드.. 2025. 4. 19.
애프터썬 (Aftersun, 2022) - 기억의 틈에서 떠오른 빛과 그림자 📌 작품 정보 요약🎬 감독: 샬롯 웰스🎭 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개봉: 2022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 장르: 드라마, 성장, 감성🌊 잔잔함 속 파문을 일으키는 감정의 흐름《애프터썬》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11살 소녀 소피와 젊은 아버지 캘럼이 함께 떠난 터키의 한 여름 휴가, 이 단순한 설정은 곧 기억과 회한, 그리고 성장과 상실의 감정으로 차오른다. 영화는 소피의 시선을 따라 아버지를 바라보되, 시간이 흐른 뒤 어른이 된 소피의 기억을 통해 과거를 반추하는 구조를 취한다.이 영화는 직접적인 대사나 사건보다 ‘느낌’과 ‘여운’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카메라는 인물들보다 그들이 머무는 공간, 그들의 손짓, 침묵에 더 오래 머문다. 이는 관객으.. 2025. 4. 15.
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2021) - 창 너머 진실과 불신 사이 📌 영화 정보 요약🎬 감독: 조 라이트🎭 출연: 에이미 아담스, 게리 올드먼, 줄리안 무어📅 개봉: 2021년 (Netflix)🧾 장르: 심리 스릴러, 미스터리🎥 원작: A. J. 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폐쇄된 공간, 개방된 불안《우먼 인 윈도》는 단 한 공간, 안나 폭스(에이미 아담스)의 집에서 거의 모든 서사를 전개한다. 그녀는 외부 공포증(광장공포증, agoraphobia)을 앓고 있어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세상과의 연결은 오직 창문 너머와 이웃 관찰, 온라인 커뮤니티뿐이다. 이 설정은 주인공의 심리를 강하게 시각화하며, 동시에 관객을 불안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인다.조 라이트 감독은 이 영화의 폐쇄적 공간을 이용해 불신, 환각, 망상, 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창이라는.. 2025. 4. 14.
더 파더 (The Father, 2020) - 기억의 미로 속에서 마주한 나 자신 📌 작품 정보 요약🎬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맨📅 개봉: 202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각색상 수상🧾 장르: 드라마, 심리🌀 내러티브의 혁신: 주관적 인식으로 풀어낸 현실《더 파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한 남성의 혼란스러운 정신세계를 관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설계된 드라마다. 기존의 질병 중심 영화가 외부에서 바라보는 구조였다면, 이 영화는 ‘내부’에서 인지의 붕괴를 시각화한다.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연극 원작을 각색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파괴한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해낸다.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뀌고, 집 구조가 바뀌며, 시간의 순서가 흐트러진다. 이러한 요소는 주인공 안소니의 혼란을 관객이 직접 ‘느끼게’ 만든다. 우리는 그와 함께 무너지고, 두려워하고, .. 2025. 4. 1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 혼란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자아의 서사 🎬 작품 정보 요약🎥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 제이미 리 커티스📅 개봉: 2022년🏆 아카데미 7관왕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장르: SF, 액션, 드라마, 코미디🌌 장르의 혼합, 감정의 총집합《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기존 장르 구분을 파괴하며 새로운 영화 언어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SF, 멀티버스, 액션, 가족 드라마, 심지어 슬랩스틱과 철학까지 아우르는 이 영화는, 혼돈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 '에블린'이라는 중년 중국계 여성의 평범한 삶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우주의 모든 가능성과 감정, 갈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서사로 확장된다.영화는 '모든 것'이 동시에 벌어지는 멀티버스의 개념을 활용하면서도.. 2025. 4. 9.
캐롤 (Carol, 2015) - 말없이 흐르는 사랑의 결 📌 영화 정보 요약🎬 감독: 토드 헤인즈🎭 주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개봉: 2015년🧾 장르: 멜로, 드라마🏆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카데미 6개 부문 노미네이트🌫️ 시대와 금기 속에서 피어난 감정《캐롤》은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두 여성의 조용하지만 강렬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 간의 연애는 금기시되었고, 그들의 감정은 드러나기보단 눌려야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제약 속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미세한 눈빛, 손끝의 떨림, 시선의 방향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연출이 돋보인다.이 영화는 흔한 멜로드라마처럼 극적인 전개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미장센과 정적인 카메라 워크로 관객에게 감정을 천천.. 2025. 4. 8.